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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입, ‘교과 권장과목 이수’의 확대

입시지니 2025. 4. 11. 04:47

2026학년도 대입, ‘교과 권장과목 이수’의 확대


왜 지금 권장과목인가?

“당신은 어떤 과목을 이수했습니까?”
이 질문이 단순한 성적표의 항목을 넘어, 대학 입학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려 한다.
2026학년도 대입을 앞두고 서울대, 고대, 연대, 중대, 경희대, 동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전공(계열) 관련 교과 권장과목을 앞다투어 제시하고 있다. 이미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교과 이수를 정성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은 명확하다.

통계는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서울대는 전공 연계 과목을 수시·정시 모두 반영하며, 경희대는 2028학년도부터 권장과목 미이수 시 감점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성적은 줄 세우기를 멈췄지만, ‘과목 이력’은 또 다른 줄을 세우기 시작한 셈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대학의 입시 정책이 아니다. 교육 정책의 방향, 고교 학점제의 운영 방식, 학생의 학습 자유권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전환의 시그널이다.


‘진로 연계’라는 이상과 ‘과목 선택권’의 현실

대학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학생의 진로 적합성을 보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일 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서울대 공대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권장’하지만, 해당 과목을 개설하지 않거나 선택하지 않은 일반고 학생은 평가에서 자연스럽게 불리해진다.
경희대는 2028부터 감점을 예고하면서 사실상 ‘이수=필수’라는 선언을 한 셈이다.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학교가 개설하지 않아 듣지 못한 과목과
학교에서 개설했지만 부담스러워 피한 과목이
입시에서 ‘동일한 선택’으로 간주된다면, 그건 정말 공정한 판단일까?

게다가 과목 위계까지 고려하는 ‘정성평가’는 때로 ‘정량보다 더 잔인한’ 평가가 될 수 있다.
진로가 아직 불분명한 학생, 전공을 뒤늦게 바꾸는 학생에겐 이 제도가 유연성보다는 낙인을 먼저 준다.


정치적 정답, 문화적 혼란

이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고교학점제 도입과 문이과 통합, 그리고 학생부축소가 맞물린 구조적 결과다.

과거 자소서와 비교과 활동이 진로 역량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교과 선택과 이수 내역이 학생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겠다는 대학들의 최근 움직임은, ‘수능 한 방’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문화다.
고등학교는 이제 학생의 꿈보다는 대학이 제시한 과목 리스트에 맞춰 수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학생은 더 이상 “나는 이 과목이 좋아”라고 말할 수 없다.
대신 “이 과목은 서울대가 좋아하니까”라는 전형의 언어를 먼저 익힌다.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해온 고교학점제가
결국 대학 입시의 프레임 안에서 또다시 타율적인 전략으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선택인가, 지정인가?

과연 교과 권장과목은 학생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가, 아니면 ‘지정의 압박’을 주는가?

이 변화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입시 정책을 설계할 때, 학생의 자율성과 성장 가능성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과목 하나로 진로 적합성을 단정할 수 있는가?

이 변화는 누구에게 유리하며, 누군가에게는 교육 기회의 벽이 되진 않을까?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진로를 따라 수업을 고를 수 있는 사회.
대학은 그 선택의 배경과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 평가하는 시스템.
그것이 진정한 ‘학점제 시대’의 공정한 입시가 아닐까.

교육의 목적은 선발이 아니라 성장이다.
선택받은 자만의 길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이 존중받는 입시가 되기를 바란다.